parallel world
Address
https://whirlpoolgalaxy.tistory.com/
Antoine schmidt lu edouard

 

 





“Love and forgive me.”









Antoine schmidt lu edouard
Pure-blood
7
  XY
191
S




 Agnus dei





 ¹ 너 불길한 사랑을 하는 자여. 부패해 생긴 고름을 방치하는 족속아. 야만인에게 대적할 요량으로 건설된 요새 가장자리에 금이 갔다. 침입자를 무찌르기 위해 두른 장미 덩굴은 우람해져 되레 주인에게 겨눠질 텐데. 그 거만은 꺾이지 않으니 다섯 사람 눈을 멀게 하겠구나. 기억하는가? 오를레앙에서 태어난 선대가 물려 준 유산이 진귀하지만은 못하고 번영과 몰락은 궤를 달리하지 않는다. 간악무도함이 혈까지 푸르게 해 파국은 예정돼서……. 결국 화려하니 옹졸하다. 고상하나 흉물스럽다. 총명하니 잔인하다. 회개도 죄를 직시해야 하나 그조차도 거세돼 변은 올바른 순서다. 심판을 대신해 꾸짖는다면 너 불꽃을 손에 쥔 미형아. 가엾은 학살자야. 사랑은 영원하나 그 사체는 아흔아홉 갈래로 넝마가 될 것이다. 모르비앙 유적이 불타고 아르데슈 때부터 섬긴 시종이 손을 잃는다. 너희 혈통은 치욕을 맛봐 종래엔 미사를 진행할 것이다. 그리하여 혀 끝에 이방인이 발 들인 때부터 한 세기 안에 고아는 살해당하거나 살해함으로서…….  
 영원할 것만 같던 시대는 유명을 달리한다.


 ² 사람은 습관에서 성정이 드러난다. 문이 열렸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규칙적인 걸음 소리가 들린다. 잘 정제된 소음이다. 일 분 정도가 흘렀다. 또 한 번 문이 열렸다. 이번엔 뒷문이다. A는 앉은 상태에서 목을 젖혔다. 180 도 뒤집힌 시야로 그녀가 보였다. 미간에는 얇게 금이 갔고 입매가 얄궂게 비틀려 있다. 유리알 너머 눈매 경사가 가팔랐다. A는 짐짓 발랄하게 인사했다. 슈미트. 무게 중심을 부러 치우치게 해서인지 몸이 굼뜨게 기울여졌다. 결국 뒤로 벌렁 넘어졌다. A는 넘어진 상태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그녀는 점잖게 A를 관찰했다. A가 신은 오른쪽 벨크로 메리제인에 생크림이 묻었다. 카펫에 발자국이 찍힌 걸 보니 생크림은 밑창까지 이어졌다. 복사뼈 부근과 옷깃에는 물감이 희미하게 튀었다. 벌건 색이다. 깔끔 떠는 태도를 생각한다면 이번엔 겸양을 부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손은 깨끗했다. 손이 난잡해지는 건 일 초도 참지 못하는 얄팍한 결벽을 생각한다면 이상할 게 없다. 시선은 더 기어 올라갔다. 정돈된 셔츠깃과 제 반쪽을 닮은 턱선과 석고상 비스무리한 흰 뺨과……. 


 그 예언가는 녹음이 예언을 증명한다고 했다. 눈이 마주치자 A가 웃었다. 순간 불쾌감이 봇물 터졌다. 그녀는 직시를 피했다.


 카펫은 장정이 열 번은 굴러야 맨바닥에 뺨을 맞댈 수 있었다. 일 제곱센티미터에 이천오백 개 매듭이 들어간 카펫은 경매장에서 사치스럽게 낙찰됐다. 그 카펫이 조찬을 마치자마자 시작된 A의 실험으로 더럽혀졌다. 모가지가 나가떨어진 인형이 너덧 개는 됐다. 목이 온전하다면 군데군데 실밥이 터져서 솜이 빠져나왔다. 서투른 바느질 솜씨에 용케 행색은 유지됐다. 몇은 빠진 안구를 단추나 보석으로 대신했다. 물감으로 색이 반절 덮인 인형도 보였다. 그 옆에는 찢긴 옷가지와 유화 물감이 담긴 티 세트가 뒹굴었는데. 끄트머리가 절정이었다. 케이크가 남자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녀는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사용인 다섯 명은 배에 손을 올린 채 눈을 내리깔았다. 원래대로라면 여섯 명이어야 됐다. 새삼스레 본래 목적이 떠오른다. 그녀는 입을 뗐다. 다음부터 그 애는 나오지 않을 거야. A는 단번에 대답했다. 알고 있었어요. 좀 따분하다는 듯 손을 들었다. 검지가 정강이를 노크하는 것처럼 두드렸다. 일절 정중하면서도 무례하다. A의 눈이 반쯤 감겼다. 정강이가 사람이라도 된다는 양 예의주시하며. 슈미트, 돌연 중얼거렸다. 엄마아빠가 보고 싶어졌어요.

 그녀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³ 사건은 오러 사무국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그들이 판단하기에 디멘터의 키스가 단죄치고 우아하다는 것이다. 죄인은 저택으로 끌려왔다. 변호인 없이 심판자만 우글거리는 재판이 시작됐다. A는 가장자리에 섰다. 계절이 일곱 번 바뀌었다.


 A는 의자 등받이에 가슴께를 눌렀다. 등받이 끝에 턱을 댔다. 의자를 반대로 앉는 건 품위에 어긋나지만 지금은 단둘이다.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됐다. A는 입을 둥그렇게 벌렸다가 세로로 좁혔다. 혓덩어리를 완만히 움직였다. 혀 끝이 입천장을 닿고 윗치아를 스쳤다. 입안을 한 차례 배회했다. 그걸 두어 번 반복해야 낭독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낭독을 흠잡을 수 있는 자는 이지를 잃었다. 따라서 낭독은 제스쳐에 불과하다. 그가 첫 번째로 배운 단어를 떠올릴 시기임을 의미했다. A는 턱 괸 채 자세를 구부정히 뒀다. 그를 구경했다. 흰 식탁보는 엎질러진 포도주로 수놓아졌다. 유리병에서 액체가 쉴 새 없이 떨어졌다. 훈제 연어 눈알에는 나이프가 꽂혔고 탑처럼 쌓인 마카롱은 아슬아슬하게 형태를 유지했다. A는 성벽 너머 동일한 언어를 가진 다른 세계를 배웠을 때부터 줄곧 궁금하던 게 있다. 마법사는 머글보다 우월하다. 편견을 거치지 않은 사실이다. 단, 편의상 둘을 같은 종이라고 구분한다. 의문을 나열하자면 세 개다. 

 마법사는 머글이 될 수 있는가? 기억이 곧 감정인가? 마법은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가?

 A는 호기심이 풍부했다. 궁금하다면 직접 해결해야 됐다. 마법은 효과를 보이는 듯 했다. 


 ⁴ 날 사랑하냐는 물음은 엄밀히 말해 사랑을 묻는 게 아니다. 퇴행을 질문한다.


 A는 팔을 뻗었다. 손아귀를 쫙 펼쳐 얼굴을 감쌌다. 침이 손바닥에 묻고, 갈무리 되지 못한 숨이 달라붙었다. 생리적인 불쾌감이 느껴졌으나……. 그런대로 버틸 만했다. 그럼 이건 사랑일까. A는 궁금했지만 답을 알려 줄 사람은 나란히 관에 들어가 있다. 손에 다 덮인 얼굴과 이전에 봤던 부릅뜬 눈알이 맞물렸다. 불의를 목도해도 함구할 것을 맹세한 사용인 다섯 명과 물려받은 유품 지팡이 두 개는 A에게 복종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A가 배우려고 했던 지식 중에 그것들만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알려 줘도 배우지 못할 게 분명했기 때문에. A는 웃었다. 허리 굽혀 손등 위에 입술을 꾹 눌렀다. 나도 사랑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사람은 얼마동안 살 수 있는가. 분명한 건 이 세계는 한 세기 안에 멸망할 것이다. 



 
 Qui tolis peccata mundi




몸에 밴 장미향.
호그와트에 머무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거짓말에 능하다.
오블리아테 주문을 수준급으로 다룬다.